한달 원비 최고 170만원
'7세까지 꾸준히 보내시면 HSK(중국어 능력시험) 4급은 문제없이 딸 수 있어요.'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한 중국어 유치원에서 예비 원생 학부모 모임이 열렸다. 이날 모인 학부모 10여명은 모두 4세 자녀를 둔 사람이다. 이들은 월 170만원을 내고 이달부터 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다. 등록금 170만원에는 교재비, 간식비, 통학차량비 등이 포함돼 있다. 이곳에 32개월 딸 예서를 보내기로 했다는 김수진(35)씨는 '영어는 집에서 가르칠 수 있지만 중국어는 남편이나 나도 할 줄 몰라 중국어 유치원에 보내기로 했다'며 '요즘은 중국어권에서 살다 온 아이들이 많아 일찍부터 영어는 물론 중국어에 노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영어 유치원에 이어 중국어 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영어와 함께 중국어도 일찌감치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열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유치원은 '일유', 영어 유치원은 '영유'와 마찬가지로 중국어 유치원은 '중유'로 불리며 엄마들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각종 지역 맘 카페에는 중국어 유치원에 대한 관심 글도 쏟아진다.
최근 성남시 분당에는 중국어를 80% 사용한다는 중국어 유치원이 문을 열었다. 해당 유치원은 4~7세 반을 운영하고 있다. 한 반 정원은 8~12명이고 중국인과 한국인 교사 두 명이 함께 들어가 수업한다. 올해 3월 개원했는데도 4세 반에는 벌써 28개월짜리 2명이 다니고 있다고 했다. 학원 측은 '중국인 교사의 경우 원어민이면서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두 나라 언어를 모두 말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중국어 유치원에선 중국어와 영어를 함께 가르친다. 이 유치원에서는 '오전에는 호주 출신 선생님이 한국인 교사와 함께 들어가고 오후에는 중국 북경 출신 선생님이 들어간다'며 '중국어 유치원이라고 영어 수업을 안 하면 어머니들 항의가 쇄도한다'고 말했다. 이 유치원은 한 달 원비가 130만원가량이다.
40개월 된 자녀를 중국어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는 주혜진(29)씨는 '우리 때도 중국어가 앞으로 중요하다 했지만 그 말을 무시하고 배워놓지 않은 게 지금 후회가 된다'며 '어릴 때부터 하루에 두세 단어씩이라도 중국어를 익혀놓은 게 쌓이면 결국 잘하게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중국어 유치원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30개월 아들을 키우는 최유리(32)씨는 '아직 기저귀도 못 뗀 아이에게 중국어를 가르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열린유아교육학회의 유구종 회장은 '만 3~5세 때 외국어를 가르칠 경우 아이가 외국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며 '그 나이에는 창의성과 인성교육을 길러줄 수 있는 놀이 교육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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